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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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

글. 안태현 | 일촌공동체 신임 사무처장

 

『네팔 테라이 평원에는 시속 12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가 있습니다. 짐칸이 따로 없어 타고 온 자전거도 짐도 무조건 매달아야 하죠. 지붕에도 기차 머리에도 사람들이 걸터앉아 갑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일 겁니다. 제 시간에 출발하지 않아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죠.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상한 일이지만 그들의 눈빛엔 언제나 행복이 그득합니다. 왜 그럴까요? 삶이 속도나 높이일까요?』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 강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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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팔 테라이평원을 달리는 기차 | 양수역 출근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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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월요일, 오늘은 일촌공동체 사무국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입니다. 집에서 차를 타고 10여분 가서 양수역에 주차를 하고 7시 30에 전철을 탑니다. 한참을 가다 왕십리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면 1시간 좀 더 걸려 종착역에 도착합니다. 역에서 나와 도보로 10분만 가면 사무실입니다.

요즘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먼 출근길 여정에서 제 일터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할지 상념들이 많았습니다.

일촌에서는 만날 사람들, 일촌은 2007년 건강한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가족을 꿈꾸며 만들어진 사단법인으로 총회와 이사회, 사무국, 지역센터 8곳, 산하기관 3개, 회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200~300명은 족히 될 것입니다. 봉사 및 후원하는 분들을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겠지요. 귀한 일을 하는 이분들은 나를 사무처장이라 부르는데, 인사는 어떻게 드려야 하나! 어떤 분들일까요?

제게 주어진 임무는 사람과 사람을, 지역과 지역을, 관계와 관계를 이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말과 글로는 딱 두줄이지만, 이것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본부와 지역센터, 산하기관,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촉진해야하며, 활동가를 양성하고 성장시키고, 지역 실천사례를 발굴하고 공모사업을 진행하며, 회원 배가 등의 다양한 일들을 해야 합니다. 아직 일이 머릿속에만 있어 실제로 어떨지 살짝 긴장도 됩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짊어져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갈수록 사람살이가 어렵고, 경쟁 속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 공동체가 필요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존중받고 그 가치를 확장하고 키우는 일이 제가 이곳에서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떠한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촌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겠습니다. 네팔 테라이 기차처럼 시속 12km의 속도로, 아주 느리게 가고 싶습니다. 오가는 사람에게 안부를 물으며 함께 울고 웃으며, 들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잃지 않도록 함께 동행해 주십시오.

1시간 반 정도의 출근길, 저의 최종 종착역은 합정역입니다. 혹시 이 근처에 걸음하실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얼굴뵙고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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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 에 하나의 답글

  1. 이영기말하길

    느릿하여 더 많은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여행자 되길.. 축하드리며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