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책장] 자발적가난 (슈마허 저. 이덕임 역)

일촌책장 [일촌책장] 자발적가난 (슈마허 저. 이덕임 역)에 댓글 닫힘

0415-24

슈마허 저 | 이덕임 역 | 2010. 03

 

글. 이 권 | 쌍문마을살이

 

이달의 일촌책장에서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삶이 덜 풍요로울 순 있어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임을 증명하는 동.서양의 성인, 학자, 문인 등의 아포리즘을 담은 책 [자발적 가난(슈마허 저. 2010)]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은 슈마허, 루소, 톨스토이, 릴케, 타고르 등 우리에게 나름 친숙한 사상가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저자의 주장이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본 그저 어려운 글이 아닌 잔잔한 묵상집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쉽게 써내려간 글이기도 하기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난’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개인적으로 부족함, 모자람, 배고픔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생각나기 마련.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가난한 삶의 선택이 내가 가진 소유물을 줄이는 것이 아닌 나의 욕망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일깨우게 한다. 또한 ‘가난’을 선택함으로서 더 크게 얻게되는 것들에 집중한다.

왜 ‘자발적 가난’이 필요한가?

이 책에서는 자본, 권력, 힘을 쫒아 허우적거리는 우리 내 삶 그리고, 절제와 중용의 덕을 통해 얻어지는 행복함과 평온함이 주는 삶의 변화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쫒는 그 꿈은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원함’이었고, 물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허상을 쫒는 우리. 물질을 포기하는 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만, 책을 읽는 과정은  ‘소유’하는것을 최소화하는 것 그 자체가 곧 우리 삶을 더 자유롭고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자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우리 손 닿는 곳에 마련해 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섭리이다. 하지만 자연은 철과 금, 은 등은(모두 피와 학살의 도구이며 그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닌) 지구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 두었다. 위험의 군원이자 수단인 그것들을 땅속으로부터 캐낸 것은 우리였고, 자연이 가장 아래쪽에 팽개쳐 놓은 것들을 헛되이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은 것도 우리였다.

P. 63 “덜 풍요한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中

책의 중반부 서두에 자리한 이 대목을 읽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가까이 있는 것들 만으로도 충분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우리는 더 많은 욕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유하면 지킬 것이 많아지기 때문일까? 이러니하게도 부유할수록 우리 삶은 더 가난해 진다고 한다. 사람냄새 나는 삶이 더 좋고 왁자지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빙그시 미소가 지어지는 일상. 부자여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느껴보았던 자발적 가난!

지방에서 활동할 당시, 출근을 돕던 자동차를 뒤로 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보자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내가 활동하던 곳은 평소 자동차로는 20분 거리였지만 자전거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20분 남짓하는 시간동안 운전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보지 못했고, 목적지인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쉼없이 활동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바쁜 일상의 연속.

“스륵 스륵” 녹이 슬어간던 자전거를 꺼내서 첫 출근을 해 보았다. 도로에서 실갱이하며 그저 목적지만을 바라보았던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주변 경치와 향긋한 풀내음을 맡을 수 있었고, 나무가 자라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들을 느릿하게 보며 찰나에 지나칠수 있는 순간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 하루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큰 변화를 주었다. 업무 안에서 투입/산출을 계산하는 것보다 소통과 여유를 나누는 것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고, 동료와 주민분들을 만나는 내 마음가짐, 받아들임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음을 알게하였다.

도시에 올라와 활동하고 있는 요즘은, 사업비 없이 주민과 관계 맺으며 마을활동을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고민도 많았지만, 물질적 자본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나눔의 손길로 사업비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관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몸소 느낀다. 집에 있는 김치를 나눠주시고, 내가 먹을 간식을 조금 더 챙겨와 친구들과 나눠먹고, 집에서 안쓰던 그릇을 기부해 마을사랑방에서 함께 쓰고… 이렇게 하다보니 주민들간의 관계가 이어지고 골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이제는 제법 훈훈한 온기가 도는 ‘동네’에 내가 활동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자본주의 시대에 ‘물질적 자본’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아님을 다시한번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하나씩

획일화 되어가는 세상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발견 할 수 있는 것. 이것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이 가능한 것 같다. ‘가난’이 곧 진리이기 때문에 모두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곳에서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새기며 하나씩 실천하고 경험해 본다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속도를 이제는 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보는 연습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컴퓨터를 보더라도 프로그램이 많이 깔려있고 하드디스크를 차지하는 자료가 많으면 부팅도 늦고 컴퓨터가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한 기계장치도 이러한데 인간에게 있어 적당한 내려놓음, 덜어냄과 여유가 주는 장점이 어떤 형태로 발현될까??

[자발적 가난] 이 책을 통해 내 삶을 묵상해 볼 수 있었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살아가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가치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했다. 일촌공동체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회적 가족운동. 이 또한 ‘자발적 가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한 형태가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일촌인들이 나와 함께 ‘자발적 가난’이 주는 의미를 새기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더불어 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한걸음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본다.

댓글이 닫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