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칼럼]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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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글. 전용호| 일촌공동체 이사, 일촌 광주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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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 강추위로 수도관이 터져 얼음판으로 변한 집에서 홀로 살던 장애인 한 분이 동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고인의 얼굴은 꽁꽁 언 방바닥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방안으로 들어오는 수돗물을 막으려 안간힘을 쓴 듯 수도꼭지에는 토시가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2007년 설 연휴에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화장실에 가려던 ‘2급’ 지체장애인이 동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2년 10월 26일 새벽 2시, 서울 행당동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장애인 한분이 죽었습니다. 그 분은 혼자서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뇌병변 장애여성이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자 스틱을 입에 물고 전화기를 터치해 긴급히 119에 화재신고를 했지만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화마와 싸우다 질식사로 숨지고 말았습니다. 주인을 잃은 전동 휠체어는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2012년에는 24시간 호흡기를 착용하며 살고 있던 1급 중증근육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보호자가 집에 오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져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3년 12월에는 86세 노모와 함께 생활하던 중증지체장애인 집에 불이 나서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질식해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고는 거동을 못하거나 제대로 생활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지금도 장애인들의 사건사고는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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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몸으로는 취사나 식사, 용변 등의 생활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보조인 지원제도가 2007년 4월에 전국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 제도로 혜택을 받는 장애인들은 뇌병변장애, 하지를 쓸 수 없는 지체장애인, 지적·자폐성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입니다. 그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중증장애인들은 가족들이 돌봐왔습니다. 가족들이 포기할 경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돌보거나 방치되면서 비참하게 생을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5년 중증장애인 동사(凍死) 사건 이후 2006년 장애인인권운동가들이 한강대교를 휠체어에서 내려와 맨 몸으로 건너는 농성과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 2007년에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2011년 1월4일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활동보조지원제도는 일부 장애인에게만 적용되고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지원대상과 지원시간 확대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요구가 한동안 묵살되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 겨울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일어난 화재로 장애인 운동가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연달아 경기도 파주의 장애인 남매가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1급뿐이던 활동보조 지원 대상은 2급까지 확대되고 지원 시간도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장애인들의 죽음에 이르는 희생과 투쟁이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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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유형을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정신장애, 발달장애(자폐증),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 요루장애, 간질장애 의 15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인구는 2013년 기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등 총 15개 유형으로 약 250만명입니다. 인구수 5천만명 기준으로 볼 때 5% 정도입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 1,000명 중 50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그렇게 많습니다. 그 말은 장애인 중 한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모두 장애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진지하고 절실하게 장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반문해봅니다. 만약 당신이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겠습니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컴퓨터를 즐길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은 차치하고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인 밥을 지을 수 있을까요? 식탁에 앉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용변을 보기 위하여 화장실에 갈 수가 있을까요? 버스를 탈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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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외부 활동하면서 증증장애인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중증장애인을 볼 수 있습니다. 공공행사장이나 문화재를 관람하러 다녀도 중증 장애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환경이 현저하게 양호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글처럼 보호자가 없으면 거동을 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 지적·자폐성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활동보조인제도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지적·자폐성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장애이동승합차나 저상버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증증장애인은 집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자녀 중에 지적·자폐성장애인이 있는 경우 집에 손님이 오면 장롱에 숨겨놓기조차 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장애인을 돌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복지 인프라가 향상되고 장애인 스스로 권리의식이 현저하게 고양되고 있습니다. 이제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들도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야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입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하여 ‘동정’이나 ‘시혜’의 의식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장애인은 사회 속에서 함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장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비장애’와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장애’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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