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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인사말

인사말

[일촌공동체 제3기 회장 이래경]

삼인(三人)정신의 가르침으로

일촌공동체의 세 번째 회장직을 맡게 된 이래경입니다.
우선 아무 것도 없이 빈손으로 시작한 일촌운동을 믿어주시고 정신적인 큰 기둥역할을 해주신 초대회장 김병상 몬시뇰님과 뒤를 이여 6년간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따가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신철영 전임회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설립 당시의 상황을 초심으로 돌아다 보고, 오늘의 주변과 조건을 검토해 보아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것입니다.

​ 1997년 소위 외환위기가 덮쳐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되고 수백만에 이르는 시민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만, 당시보다는 몇 년이 지나면서야 현실의 고통스런 후폭풍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회면 기사에서는 가정이 파탄나고 삶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기사들이 줄을 잇고 급기야는 5살 남자 아이가 굶어죽은 채로 발견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 어린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 정부의 누구도, 관할 지방 행정조직도, 종교단체도, 시민사회도 책임을 지는 곳이 없던 시절에 ‘사회적 가족운동’으로 일촌공동체가 출범하였습니다.

기실, 대가족 제도가 살아있던 과거의 전통적 사회에서는 가난했을망정 가족과 친구, 친척 또는 마을사람들이 곤경에 빠진 이들을 품고 보살펴 주었지요. 경주 최씨부자의 가문의 가르침처럼 ‘십리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미풍양속이 우리의 전통이였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분열되면서 전통적 관계는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대신 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을 통하여 일자리와 시장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여 주었습니다. 불행히도 위에 언급하여 듯이 1997년 이후 외환위기의 후폭풍과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시장만능적 기류로 시장체계가 때로는 악마로 변하면서 더 이상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 평생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소비생활이 풍족해 졌을지언정 어느덧 우리는 탐욕에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기댈 곳은 정부(국가)가 제공해 주는 사회안전망, 복지제도입니다. 현대적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와 사명이 시민들의 생활권을 지켜주는 복지체계를 유지하고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이를 제대로 이행 못하는 무능한 정부는 반드시 시민들의 권리로 새로운 정부로 바꾸어야 하고 때로는 힘으로 몰아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지요? 거시적 경제지표로는 일인당 GDP가 3만불에 접근하며, 국가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육박했음에도 천만에 가까운 이웃들이 천형같은 가난의 굴레에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입니다. 빈곤률, 자살률, 저임구조, 부의 양극화, 사회이동성, 공공지출 등 주요 지표에서 OECD 국가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힘을 겨루고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은 적대적 대립을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혁신적 지식과 디지털기술을 중심으로 21세기의 세계 경제 질서는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한국은 재벌중심의 기득권에 갇혀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내부의 갈등은 격화되어 가는데 이를 해결해 가야할 제도 정치는 이런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한국이 남미국가, 그 중에 멕시코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재벌같은 부자들을 포함하여 온 시민들이 모두 불안과 위기감에 빠져 들고 있다 할 것입니다. 참으로 미련한 탓이지요.

역사적 관점에서 다룰 국가운영과 미래정책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감히 제가 이사장을 맡고 6월중에 출범하는 사단법인 ‘다른백년’에서 행동하고 준비할 예정입니다. 일촌식구 여러분들의 격려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에서는 복지와 공동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명박근혜정부가 들어서서 주춤해졌습니다만 국민과 참여 정부시절의 노력으로 지난 십여년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복지의 재원과 서비스가 확충되였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이 만들어 내는 총부가가치중 공공지출의 비중이 8-9 % 수준으로 OECD국가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복지선진 국가들에 비하면 삼분의 일도 못됩니다. 재정적인 뒷받침 없이는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습니다. 복지재정의 확충을 위해서 함께 싸워나가야 합니다.

며칠전에 주민센터에 들려보니 복지관련업무가 센타업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갑고 좋은 일입니다. 다만 행정업무가 항상 그러하듯이 형식에 치우치고,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보다는 규정을 따지고, 면책을 위한 보고서 작성에만 매달리고, 이에 더하여 이웃들에게 돌아가야 할 재정이 부패와 비리로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아닌 우려를 하게 됩니다. 저는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의 행정과 서비스체계를 영혼이 빠진 근육질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성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식하는 바리새인같은 모습이죠.

​ 이 지점에서 창립 10주년을 앞둔 일촌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새롭게 펼쳐나갈 근거가 절실합니다. 형식논리에 빠지기 쉬운 복지행정과 이벤트로 끝나기 쉬운 많은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뛰어 넘어서 이웃과 함께 시대를 고백하고 일상속에서 마음을 나누고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서로를 향해 자신을 향해 마주하는 일입니다. 일을 기획하고 활동하며 재정을 일으켜서 지속적인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소중한 것은 함께 마음을 담아내며 머리를 마주하고 때로는 밤을 세워 열정을 불태우는 일입니다. 혼자서만 멀리 가려 하지 마십시오. 크고 작은일 모두 함께 의논하고 힘을 모아 더불어 이루십시오. 이것이 근육질에 영혼을 담는 첫걸음입니다.

​ 근본적으로는 자신에 대해, 타자(이웃과 환경)에 대해,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살피고 성찰하고 실천하는 것일 것입니다. 출범당시 가졌던 일촌공동체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인사말을 맺고자 합니다. 시천주(侍天主)와 사인여천(事人如天)하면 동학을 떠올릴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이를 하나의 종교단체가 말하는 슬로건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동학은 종교가 아니라 서세동점속 망국이라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이루어 낸 조선백성들의 근대적 각성이자 사상입니다. 더 나가면 동학의 외침은 배달민족의 수천년 역사가 누적되고 농축되여 터져나온 깨달음입니다. 서양의 근대화를 이룬 동력이였던 천부인권사상보다 더욱 위대한 것이 侍天主의 깨달음이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을 받치는 사민주의의 요체인 존엄과 정의와 연대의 정신을 훌쩍 뛰어넘은 가르침이 事人如天입니다. 이러한 바탕위에 해월최시형 선생은 삼경(三敬) –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 –을 생활속에 실천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일촌은 삼경의 가르침을 삼인(三人)이라는 언어로 바꾸어 일촌의 근본 정신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경인경물(敬人敬物)


심인심고(心人心告)


여인여락(與人與樂)


기회가 있을 때, 함께하는 분들과 삼인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시길 권합니다.